으악 스트레스

1. 아침 7시, 오후 3시, 밤 11시부터 시작하는 여덟시간 근무제를 살고 있다. 좋은 점이라면 오후/야간근무만 하고 오전엔 뭔가 밍기적거리면서 뭔가를 할수도 있는 것도 있지만 12시간제 근무처럼 쉬는날이 많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개인적인 감상이라면 8시간 근무는 4일, 12시간 근무는 3일 이상하면 일 능률이 캐저질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울 마마님이 일하는 곳이 환상적인 근무제인데 (8시간 근무제로 4일. 게다가 오후 근무는 6시간제.) 가끔 마마님은 날 앉혀놓고 일 힘들다고 성토대하면 님 쩜....-_-;

요즘 야간정규가 골절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해서 내가 야간크리를 하고 있다. 근무 끝나고나서 근무 시작하기 전까지는 거짓말처럼 아무것도 안하고 싶은것이 야간근무의 정석인지는 몰라도 요즘 끔찍하게 좀비모드였다. 게다가 접때는 어떤 황당한 일이 있었냐면 야간 근무가 끝나고 집에 와서 자는데 한시간에 한번꼴로 전화해서 오전 추가근무 하라는거다. 추가를 권하는건 집에 오기전에 하는 센스. 그것보다 잠을 자야 할거 아냐, 하고 궁시렁 댔더니 두시간 후에 오후 추가근무 오란다. 그때 어땠냐면 전날 야간 근무가기 전에 친구들 만나서 밥먹고 영화보고 그다음에 야간근무 끝나고 누구 만나서 커피 한잔하고 채팅 하다가 자러 갔는데 님아 오후근무 오셈요, 하길래 아니 나 자야함 했다. 결국은 오후 7시에 4시간 연장근무 +야간근무를 하고 왔더니 집에 가는길에 직장에서 전화오는거더라.

루시드: 여보세요
스태핑: 루시드, 오전 추가근무 할래?
루시드: 나 지금 집에 가는 길인데-_-
스태핑: 알아. 그래서 말인데 돌아올수 있냐고.

너같으면 돌아오겠냐.-_-
그러고 집에 가서 샤워하고 간식먹고 자려고 누웠더니 전화가 또 온다.

루시드: 여보세요
스태핑: 루시드, 오전 추가 근무해랴
루시드: 나 방금 야간 근무 끝내고 집에 들어왔는데
스태핑: 알아. 그러니까 두어시간쯤 넉넉하게 시간 줄게. 조금 늦게 와도 돼

늦게 가도 되긴 하지. 그치만 난 여전히 제 시간에 온 사람만큼 일해야 하지. 미쳤니 내가 그짓을 하게.

루시드: 오후 근무라면 생각해볼게. 근데 오전은 쫌...
스태핑: 그럼 오후 근무까지 줄게 오전 나와라
루시드:.....지금 나보고 28시간 연속 근무 하라고?
스태핑: 안되겠어?
루시드: ........(그거 위법인건 아냐-_-)
스태핑: 그럼 이따가 전화할게.

아니 이따가 전화하지 마. 안 받을거야-_- 그래놓고는 잠결에 전화를 다시 받았다.

스태핑: 오후 근무 줄게 나와라.
루시드: .....그래 갈게. 일단은 좀 자고.
스태핑: 응 잘자 >_<

ㅅㅂ 비정규 진짜 때려치워야지. 너네 말고도 나 오라는덴 많다 뭐.


2. 사내 정치 싫다. 아 이 더러운 음모론이란. 그냥 재미있게 일하고 신나게 놀면 안되겠니.


3. 집을 치워도 치우는 사람은 나 하나인것 같아서 포기했다. 엄마마저도 빵 잡수시고 빵봉지를 그냥 테이블에 놓는데 애들이 퍽이나 뭘 하겠다. 그치만 16시간 근무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먹을것 없고 치울것 투성이면 그냥 집나가고 싶어진다.


4. 병원에 갔는데 그냥 염증 같대. 그러면서 그냥 두고 보자는데 흠. 여긴 의료선진국이라 작은 병을 키워서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경향이 좀 없지 않아 있어서 좀 미덥지 않지만 별수 있나.


5. 엄마랑 이야기 하기 솔직히 좀 싫다. 엄마는 가족이기 때문에 당연히 유대감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글쎄. 나를 단 한번도 믿지 않았으면서 잘도 그런걸 바라는군. 얼마전에도 일에서 짜증나는 일이 있어서 몇마디 했더니 직장 그만두면.. 으로 시작해서 무책임하고 성실하지 않고 인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장황하게 나가길래 엄마, 내가 언제 일 그만둔다고 했어? 했더니 무책임하지 말고 무한반복 크리 하시길래 엄마, 내가 '일 때려치워야지' 혹은 '일 그만해야지' 혹은 '일 못해먹겠어' 세가지 중에 하나나 그것에 비슷한 말을 했어? 했더니 무한반복 자세 들어가길래 내가 그런말 했냐고, 했더니 아니라신다. 이 집에서 아버지 다음으로 성실한 사람한테 좀 너무하는거 아냐? (사실 아버지는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성실함이기 때문에 사실 비교한다는 것이 좀 불공평하다. 작년 한해만 논문을 열편을 쓰셨는데 무슨. -_-) 게다가 일 힘들다고 성토대하는거나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 키우기 힘들다고 이야기 하면 글쎄. 애들 인생 말아먹어도 님 책임 아님 하고 아버지한테 면죄부까지 받았는데 왜 자꾸 그래. 솔직히 동생들이 성공하면 난 몹시 놀랄거임. 진심임.

더 재미있는 상황이라면 내가 워낙에 바른생활에 일 잘하고 사람들하고 잘 지내니까 '자식농사가 이렇게 잘되다니 너네 엄마는 쫌 많이 훌륭한 사람인것 같음. 얼굴좀 보고 싶삼' 하는 사람들이랑 웃으면서 이야기 해야 할때다. 직장에서 누군가가 맨 처음 그 코멘트를 했을 때 순간적으로 그 사람 얼굴에 침뱉고 싶어졌다. 나도 나를 놀래키는 센스란. 


6. 공부할것 투성인데 별로 공부를 많이 못하고 있다. 화학은 기초도 없는 것이 손까지 놓았다고 하나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 으악.


7. 커피가 없다. 다 마셔버렸다. 사실은 이게 직장 문제를 제외하고 제일 큰 스트레스인것 같다.


8. 엠에센 로긴이 안된다. 헐퀴. 동영상 보려고 했더니 시간제한이 지났댄다. 으악.

스트레스 받을때 제일 좋은건 아무것도 안하는거다. 아무것도 안하는거. 근데 왜 이렇게 할 일이 많지. 투덜.

by lucid | 2009/12/08 12:31 | 트랙백 | 덧글(2)

오늘의 메뉴

알 사람은 이미 눈치 챘겠지만 난 장기적으로 누군가를 알고 지내는거 잘 못한다. 블로그에 오는 사람이 적은 이유도 그 중에 하나다. 한참 하다가 꾸준히 오가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잠수를 타서 시간을 두고 사람들이 더 이상 찾지 않을때가 되면 복귀한다. 남자친구를 사귀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고(거기에 남성호르몬 불신도 있지만) 친구들도 보통은 일년이상 만나지 못하고 설령 몇년이나 만나도 늘 피상적인 이야기만 하는 이유도 그거다. 지금 있는 직장도 인정받고 익숙해지니까 슬슬 떠나야 하는것일까, 하는 김새는 생각이나 하고 있다. 성격이 조금 못되 먹은 것일지도 모른다. 심리학에 의하면 마음에 안정이 없기 때문에 안정감이 생기는 상황을 적응 하지 못하는 거라고 하기도 한다. 규칙적이지 않고 이동수가 잦은 환경에서 자라면 그렇게 된다고도 한다. 신뢰나 믿음같은 것은 오랜시간을 들여서 만들어지는 기반이지만 애초에 그런 단어들이 머리속에 단어로 인식이 되지 개념으로 인식이 되지 않아서라고도 한다. 근데 참 재밌지. 인간에 대한 믿음도 신뢰도 의지도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관계도 그 무엇하나 탑재 되어 있지 않은 내가 오랫동안 한 사람과 몇년씩이고 대화를 하고 신뢰를 쌓고 그 사람의 존재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여전히 그 단어들은 죽은 언어들처럼 인식되어 있는것 같지만 그래도 그냥 이 상황이 좋다. 산다는 것의 의미는 자신의 재발견에 있는것일까.

by lucid | 2009/12/05 04:16 | 트랙백 | 덧글(4)

등교거부 etc

1. 의도치않게 성적표가 필요해서 학교 사무실에 들렀다. 성적표를 끊으러 오는 사람이 많을리도 없고 등록기간도 끝나서 심심한 사무직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무실.

직원님: (성적표 건네주며) 성적이 나쁘진 않네
루시드: 헤헷
직원님: 근데 학제가 바뀐건 알지?
루시드: 진짜요?
직원님: 응. 그래서 이제 졸업하려면 전공 7학기만 공부하면 되.
루시드: 오, 멋진데. 금방 졸업할수 있겠다.
직원님: 그렇지. (성적표를 보더니) 어라, 근데 교필이랑 일선 하나도 안들었구나
루시드: 어..어쩌다보니?
직원님: 간호과 교필이랑 일선 들어야 하는게 좀 많던데. 그거 하면서 전필에 전선 챙겨 들으려면 좀 많이 힘들거야. 본격적으로 전필 듣기전에 미리 들어놓는게 좋을걸.

집에 돌아와서  확인해보니 두학기 분량의 교필이랑 일선을 들어야 한다. 꺅. 그렇게 치자면 두학기 추가, 총 9학기. 내가 두학기 들었으니까 앞으로 7학기. 심리학 전공하려면 1학년 1학기부터 시작해도 8학기인데. 한학기 차이나는거 그까짓거 심리학 질러버릴까 하는 불순한 충동이 무럭무럭 (간호학과는 학비가 어흑). 과연 루시드(lv. 2)의 졸업 퀘스트는 언제 끝날 것인가.. 아니 그것보다 졸업할 의사가 있긴 한거냐.


2. 이번에 간호과 들어갔다가 해부학하면서 '때려치울까..'를 입에 달게 된 친구가 하나 있다. (사실 나도 한때 '때려치울까'를 입에 달고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든사람들이 '이건 그냥 점수주는 과목이잖아' 라고 했던 간호학 개론 때문이었다. 저는 병리와 약리가 더 쉬웠쩌염. 뿌융.) 나도 공부하면서 이런걸 배우면 쓸데가 있을리가 했지만 일하면서 더 절실히 그걸 느끼고 있다. 차팅할때 쓰는 indicator(Chapter 1에 나오는 내용)를 빼고는 해부용어를 쥐뿔도 쓸일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 진단은 의사가 내리지 내가 내리는게 아니거등요. 그럼에도 간호학 해부학은 나름 용자의 학문. 머리카락의 무슨 단백질로 몇개의 층으로 만들어져서 몇개월에 걸쳐 성장기와 지체기를 걸치면서 몇 밀리가 자란다 따위를 배워서 쓸데가 절대 없다는것도 알고 근육 대사를 어떻게 하는지 알아도 절대 은퇴 그날까지 설명할 일이 없고 로마어로 된 해괴한 근육 이름들도 언급할 일이 살다가 없는데 (그래도 배워두니 의사가 나불거릴때 알아 듣긴 하겠더라) 왜 이런걸 공부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자괴감을 버무린 하여간 공부할게 좀 ㅈㄹ맞게 많은 과목. 기말고사를 앞두고 공부하는 옆에서 찔러대는 불건전한 친구 루시드에게 그 친구가 질문을 막 퍼붓기 시작했다.


친구님: Gastrocnemius가 어디 근육이냐?
루시드: Gastro- 니까 복근 아냐?
친구님: ......종아리 근육이라는데 =ㅅ=?
루시드:.......뭐여 =ㅅ=;;
친구님: 그럼 후각은 몇번째 신경줄기?
루시드: 찍어서 5번 '_^ *
친구님: 틀렸는데 =ㅅ=;; (답은 1번)
루시드:....아놔 아는것 좀 물어보지?
친구님: 그럼 쉬운걸로. 근섬유 운동때 칼슘이 어떤 근조직에 결합하지?
루시드: 하. 당연히 myosin이지
친구님: ...너무 당당히 틀리는군..
루시드: troponin 이냐 설마?!
친구님:.......
루시드:.......
친구님: 너 해부학 A맞았다며
루시드: ..그런데?
친구님: 이런 구라쟁이-_-
루시드: 아냐! 내가 원래 쫌 장기기억이 부실해서..
친구님: 시끄러. 꺼져. 도움도 안되는 것이. 가서 혼자놀아.

아무리 그래도 그새 그걸 다 까먹다니. 충격과 공포다.


3. 복학을 준비하면서 몇개 과학 과목이랑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던 간호학 책을 꺼내서 뒤적거리고 있는 요즘. 작문도 한 일년 놓았다고 두서도 없고. 음, 과연 복학을 무사히 할수 있을 것인가 고민을 하고 있는데.. 결정적으로 일년 책 안봤다고 공부하는 습관을 아주 놓아버렸다. 오늘은 여기까지 읽어야지, 하고 시작하면 절대 한시간을 못 앉아 있는다. 거기에 집중도 안된다. 게다가 모르겠어!!!! 어쩌라고!!!!!!! (대체로 실전경험과 지식은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실전에선 교과서대로 잘 안하...._-;;) 으앙 엄마 저 복학 안할래요. 이게 도대체 뭔가요. 저는 무슨 정신으로 이런걸 공부했던 걸까요. 저는 나이를 먹을수록 이해력이 는다는 것 하나만 믿고 살았는데 왜 나이를 먹으면서 갈수록 뇌가 볍신이 되는 건가염. 훌쩍.


복학이 무서워지고 있는 요즘 입니다. 휴학생들, 복학 준비는 되었나요. (후우)


by lucid | 2009/12/02 08:12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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